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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저작권자, 누리꾼 손배소…‘합의금 장사’ 기획소송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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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05-12 17:47 조회9,2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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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신종철 기자] 인터넷상의 누리꾼들에게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합의금을 주면 소를 취하해 주겠다는 내용을 통보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속칭 ‘합의금 장사’라고 일컬어지는 형태의 기획소송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사건을 각하했다.

이번 판결은 유사한 관련 사건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방법원에 따르면 소설 저작권자 A씨는 2014년 3월 누리꾼 116명을 상대로 인터넷파일공유프로그램을 이용해 자신의 소설들을 무단복제 및 전송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손해배상금 각 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상당수 있었다.

다만 손해배상청구 소장부본이 송달된 이후에 개별적으로 접촉해 합의한 41명에 대해서는 소를 취하했다.

  
 

인천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김동진 부장판사)는 4월 1일 소설가 A씨가 누리꾼 75명을 상대로 낸 1인당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모두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당초 116명에 대해 저작권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 각 500만원씩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던 근거는, 피고들이 인터넷파일공유사이트를 사용했다는 점 및 원고의 소설에 관한 캡처화면이 등장했다는 두 가지 뿐”이라며 “그러나 원고에 의해 공동소송으로 지목된 116명의 피고들 상호간에는 그들 각각의 행위와 관련해 시간 내지 장소의 근접성, 방법의 단일ㆍ동일성, 의사연락에 따른 공모나 과실 등의 구체적인 관련성이 원고의 주장 자체로써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들로서는 오로지 소장부본의 송달만을 위해 무려 1년 10개월이란 장기간이 걸려야만 했으며(원고가 2014년 3월 14일 소장을 제출해 116명의 피고들에게 2016년 1월 27일 소장부본 송달 완료),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피고들의 위치 및 각종 인적사항 등의 개인정보들이 상호간에 전혀 무관한 1개의 공동소송에서 광범위하게 탐지되는 불합리함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래 손해배상금 500만원의 청구소송은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해 진행되는 재판인데, 원고가 공동소송의 상대방으로 지목한 116명의 피고들은 상호간에 구체적인 관련성이 없으며 정형적ㆍ획일적인 특징도 발견되지 않으므로, 소액사건심판법에 의해 간이한 소송절차를 향유하고 신속하게 재판의 종료에 이를 소송절차상의 이익과 권리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단지 116명의 피고들에 대해 공동소송으로 지정함으로써 절차상의 편익을 박탈당해야만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목했다.

아울러 “원고가 소장에 적시한 내용에 ‘원고는 반드시 변론절차를 통한 판결이 아니더라도, 소장부본이 송달되면 피고나 부모를 통해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액수를 조정해 합의할 의향이 있는바(원고의 소송대리인 사무실로 연락 가능), 이렇게 곧바로 합의한 피고는 소를 취하하면서 사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이러한 소는 속칭 ‘합의금 장사’라고 일컬어지는 형태의 기획소송에 해당하는 것이며, 소송상대방은 수십 명에 달하는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들을 아울러 대상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원고는 실제로 41명의 피고들에게 합의금을 수령한 후 소를 취하했는바, 이처럼 원고의 주된 목적이 속칭 ‘합의금 장사’에 있었다면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른 이행권고결정에 의해 상호 무관한 116명의 피고들에게 각기 별개로 간이하며 신속한 소송절차에 의해 분쟁해결을 진행해야 할 것이지, 원고의 합의금 제안에 대해 각개의 피고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에 피고들로 하여금 장기간의 공동소송 절차에 시달리게끔 하는 것은 민사합의부와 관련된 사물관할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형사법원은 이 사건 파일공유프로그램을 이용한 사용자의 파일공유행위에 대해 저작권법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판결을 선고해 2015년 12월 확정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형사판결의 취지와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116명의 피고들에게 제기했던 소송은 속성상 정형적, 획일적인 특징을 갖추지 못했고, 단지 파일공유프로그램을 이용했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피고들에게 저작권침해의 책임을 묻기에는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이상의 제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상호간에 전혀 무관한 피고들에 대해 속칭 ‘합의금 장사’를 하기 위해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은 민사소송법 제65조의 본질과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상호간에 전혀 무관한 피고들에게 속칭 ‘합의금 장사’를 하기 위해 공동소송을 제기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며, 피고들에 대해 각 50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은 원칙적으로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각개의 소송절차가 간이하며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온당한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지방법원 합의부로서는 사물관할에 관한 소송절차의 현저한 잠탈을 시정하기 위해 소권 남용에 관한 법률규정 및 법리를 준용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소를 모두 각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출처: 신종철 기자  |  sky@lawissue.co.kr http://www.lawissue.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339